제목[특별 기고] 국군포로 조창호 영전에- 빼앗긴 43년 삶, 인권운동 족적 남겨2017-10-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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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명을 달리하신 나의 사랑하는 전우 조창호 중위의 명복을 빌면서 삼가 영전에 추도의 염을 바칩니다.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지난 1994년 4월 어느날, 저는 신문에서 ‘국군포로 조창호 소위, 43년 만에 극적으로 귀환’이란 보도를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국군포로가 아직도 북한에 있다니….”라며 문득 저는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부하 장병들을 다시 기억했습니다.
1958년 미국에 유학 온 이후 바쁜 이민생활을 보내고 있던 저에게 당신의 북한 탈출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전우를 일깨워주었고, 한편으로 부끄럽고, 또한 반가웠습니다. 그 후 저는 북한에 억류당한 국군포로들을 어떻게 하면 조국의 품안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로 고심했습니다. 지난 2003년 11월 저는 당신을 서울에서 만나 함께 국군포로 송환운동을 벌이자고 약속했지요.
조창호 전우여!
한국의 현정부는 무관심한 국군포로 송환문제에 전우께서는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태평양을 넘나들며 미국 조야에서 북한정권의 포로 학대와 참상을 세계에 고발했습니다. 그렇게 인권운동의 웅대한 일념으로 크나큰 족적을 남긴 채 이 땅을 어쩌면 그렇게 훌쩍 버리십니까.
돌이켜보면 전우께서 우리 사회와 전세계에 ‘잊혀진 전쟁’에서의 국군포로 문제를 일깨워주는 활동 등 당신의 파란 많은 인생역정은 우리나라 국군포로 인권의 산 역사요, 산 증인이었습니다.
당신께서는 북한에서 43년 동안 온갖 감시와 학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군인으로서 꺾이지 않았던 불굴의 의지와 과감한 용기로 북한 공산집단으로부터 탈출해 우리 동포와 전세계인에게 한국 군인의 표상이자 귀감이 됐습니다.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지난해 4월 22일 워싱턴 연방의회 레이번 하우스 빌딩에서 디펜스 포럼재단과 미주국군포로송환위원회가 주최하는 포럼에서 당신은 ‘지옥 같은 악몽 속에서 보낸 반세기의 삶’이란 제목으로 북한에서의 노예와 같은 삶을 증언했습니다.
당신은 “저는 포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범 수용소와 일반감옥 등에서 13년을 복역했으며 또 수년간 아오지 탄광 등에서 강제노역을 당했습니다. 치솔이나 마스크는 물론 담요나 이부자리도 없이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았습니다”라고 폭로할 때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국대사 등 많은 참석자들은 신음을 토해냈습니다.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지난 4월 미의회 국제관계위원회가 개최한 북한 인권청문회에서 당신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북한 공산정권의 비인간적이며 야만적인 인간살육의 참상을 고발했습니다. 이러한 당신의 노력으로 이제 우리사회는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제 유명을 달리하신 전우를 불러보고 한한들 무엇하겠습니까. 우리 전우들과 동지들은 국군포로 송환운동의 큰 별을 떠나 보내는 슬픔을 딛고 당신이 남긴 그 높은 뜻을 계승하여 이루고야 말 것입니다. 부디 파란만장했던 지난 시절의 무거운 짐을 벗고 평안히 잠드소서.
오늘 당신의 전우요 동지인 정용봉(토마스)은 삼가 두 손 모아 당신의 명복과 영생을 기원합니다.

<편집자: 서울에서 21일 국군포로 고 조창호 중위에 대한 영결식이 거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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