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중앙일보] 미주판 27면

지난 12일 국군포로송환위원회(회장 정용봉) 주관으로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한국에서 가져온 물망초 배지달기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미 한국에서는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한 많은 장관들과 정치인들이 가슴에 달고 있다고 한다.

물망초 배지는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의 의미를 새기며 지난해 현충일에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가 국군포로 납북인사 등 모든 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자는 의미로 만든 것이다.

아직도 북한에는 많은 납북 생존자가 있다. 이 중에는 ‘통영의 딸’로 널리 알려진 신숙자씨와 두 딸이 있다. 이들은 물망초의 꽃말처럼 ‘나를 잊지 마세요’를 부르짖고 있다.

신숙자씨는 1960년대 독일로 간 간호사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유학생이었던 오길남씨와 결혼해 두 딸을 낳았다. 행복하게 살던 중 북한 공작원에게 속아 남편과 함께 어린 두 딸(7세와 10세)을 데리고 입북했다. 북한에 간 오길남씨는 독일에서 듣던 말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 좌절에 빠졌는데 마침 해외 유학생을 포섭해 데려오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게 된다.

남편이 떠나기 전 신숙자씨는 “당신이라도 탈출해서 성공하면 우리 가족을 구하라”고 당부하고 헤어졌는데 25년이 지나 오늘에 이른 것이다.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신숙자씨 모녀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인 요덕수용소에 갇힌 뒤에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건이 이렇게 커지기까지 한국의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일본정부는 1977년 13세의 나이로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의 송환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일본에서는 푸른 하늘을 보며 재회의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뜻으로 ‘푸른 리본 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4년 5월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이 리본을 달았다고 한다.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햇볕정책을 펴면서 비전향 장기수 63명을 한꺼번에 북한으로 돌려보내고도 단 한 명의 납북자도 구해내지 못했다. 가슴 아픈 일이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메구미의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길남씨는 지금도 아내와 두 딸의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해 세계를 다니며 호소하고 있다. 미국 의회를 찾은 오길남씨는 “죽지 않고 정말 짐승의 꼴이라도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라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줘서 내 아내와 두 딸과 제가 부둥켜안고 실컷 울었으면 좋겠습니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100만명 서명운동이 시작됐다고 한다. 재외동포들도 서명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웹사이트를 통해 신숙자씨와 두 딸의 구명을 촉구할 수도 있다.

‘www.change.org’를 방문해 검색창에서 신숙자의 영문 표기인 ‘SHIN SOOK JA’를 입력하고 검색버튼을 누르면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내기 위한 서명운동 제목이 나온다. 이 제목을 다시 누르고 들어가 서명에 동참하면 된다.

우리 모두 가슴에 물망초 배지를 달고 그들의 송환을 염원하자. ‘통영의 딸’은 분단조국이 만든 비극이다. 이 비극을 더 이상 후손들에게 남겨주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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